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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라는 꽃 - 외공 후기 3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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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혜
작성일09-10-07 00:00 조회7,0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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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루가 밝았습니다. 아니 새 하루가 밝았습니다.^^ 가만 보니 한 달에 한 번 꼴로 수련기 겸 외공 후기를 올리게 됩니다. 제가 좀 굼뜨지요? 그런데 스스로 정한 하나의 규칙을 지키려던 탓도 있었답니다. ‘몸과 마음으로 충분히 느낀 다음에 쓰자’라는 것……. 국선도 수련을 시작한 지 이제 햇수로 5년, 호흡도 짧고 몸도 다 풀리지 않았습니다. 마음의 결은 오죽하겠습니다. 다만 국선도를 만난 이래 제 몸이 확연히 건강해지고 제 마음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밝아졌습니다. 그러니 하루하루 감사할 일뿐이지요. 수련에 대해 왈가왈부하기엔 아주 많이 부족한 사람임을 잘 알지만 ‘감사’의 마음 하나로 이 후기를 이어가보고자 합니다. 국선도무예협회 외공 모임에서는 2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용마화(龍馬花)’를 수련했습니다. 외공 행법 이름에 꽃화[花] 자가 들어간 것이 묘해 청원 선사님께 꽃화 자가 맞느냐며 거듭 여쭈었던 기억이 납니다. 팔상법과 팔형법이 팔방(八方)으로 기운을 확산하며 기본기를 닦는(그렇다고 하여 익히기 쉽다는 이야기가 결코 아닙니다^^;) 행법이라면 용마화는 그 기본을 바탕으로 ‘용(龍)’이라는 ‘천(天)’의 기운과 ‘마(馬)’라는 ‘지(地)’의 기운을 합실시키는 행법 같았습니다. (꽃으로 상징화된 기화법이라서인지 여자인 제가 수련하는 데도 별 무리 없는, 그러나 그 조화력은 무궁무진한 용마화는 너무 매력적입니다~) 나름 이렇게 해석해본 데는, 용이라는 동물이 본래 상상의 존재로서 깊은 못에나 바다에 잠기어 있다가 때로는 자유롭게 공중(空中)을 날아 구름과 비를 몰아 풍운(風雲) 조화를 부린다는 신묘한 존재로 받아들여졌거니와, 그리하여 고래로부터 임금 또는 천자(天子)를 상징해온 배경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해 용은 천(天) 하늘과 통하는 존재로서 그 상징성을 갖는다는 이야기지요. 성질을 논하자면 마땅히 수(水)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말[馬]은 무엇이냐. 말은 명실상부 지(地)의 존재입니다. 말은 ‘발’이 빼어난 동물로서 옛 시절에는 지금의 자동차와 기차를 대신하던, 인간에게 꼭 필요한 이동 수단이자 벗이었습니다. 빼어난 네 다리로 아름다운 갈기를 휘날리며 가장 빠른 기동력을 자랑하던 말, 가히 땅의 군주라 이름 붙여도 나쁘지 않을 터, 그 성질을 논하자면 이동성의 상징인 화(火)가 되겠지요. 용으로 상징되는 하늘과 말로 상징되는 땅이 만나 내 안에서 한 송이 꽃처럼 피어나는 용마화, 이는 곧 ‘수화(水火)’, ‘건곤(乾坤)’의 합실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청산 선사께서 남기신 ‘선도수련과정’ 표를 일람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건곤단법 수련 시 기화용법으로 용마화를 수련하도록 정해져 있네요. 원리라는 것은 대개 추상적으로 기술되기 마련이지만, 우리 국선도 수련을 하다보면 원리라는 것이 얼마나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것인지를 직접 체득하여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용과 말, 하늘과 땅의 만남처럼 추상과 구체가 한 송이 꽃 안에서 생명의 빛을 발하는 모양이 너무 신기하고 아름답습니다. 이 아름다운 도법을 둔한 몸이긴 하나 직접 움직여 느끼고 있으려니, 하루빨리 많은 이들이 눈을 크게 뜨고 깨어 일어나, 사람이 아닌 도법을 좇아, 참된 수련에 진입하시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용마화는 구체적으로 용세(勇勢)-진세(進勢)-방세(防勢)라는 세 가지 형세, 각 열두 동작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이 구조는 천(天)?지(地)?인(人) 합일이라는, 나뉘어 있되 궁극적으로 하나인 우리 국선도의 삼수(삼단전) 통일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나 여겨집니다]. 우리 외공 모임에서는 2월에 용세와 진세를 익힌 후 3월에 방세를 끝으로 용마화 형세를 모두 마쳤는데요, 호흡이 긴 분들이 용마화를 한 호흡에 구현해 보이신다면 어떤 모양이 될까 엄청 궁금해지면서 또 기대가 되더군요. 정말 한 송이 꽃처럼 보이겠지요? 아마도 곧 그렇게 구현해 보일 분이 탄생하리라는 확신 때문에 이 기대감이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묵묵히, 진일보를 거듭하시는 여러 사범님들께 감히 청해봅니다~! * 세상은 시끄럽고 말들은 번잡합니다. 하지만 세상이란 게 원래가 시끄럽고 말들이란 게 원래가 번잡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시끄럽고 번잡한 것들은 그것 나름대로 존재할 가치가 있습니다. 그것을 통해 우리는 시끄럽지 아니하고 번잡하지 아니한 것들을 알게 되니까요. 중요한 것은 이 가운데 맑고 고요하게 빛나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저 하늘의 빛이 그러하고 우리 마음속 양심이 그러합니다. 바깥 틀에 핀 목련이 그러하고 개나리가 그러합니다. 우리 국선도에서 제가 참 좋아하는 수련 지침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정중동(靜中動) 동중정(動中靜)’입니다. 이를 음미하다보면 머물러 있는 것과 움직이는 것이 각각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친다면 그것은 참된 머묾, 참된 나아감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고요히 머물러 있는 가운데 움직이며, 힘차게 움직이는 가운데 고요를 지키는 것, 이 안에서 우리의 중기(中氣)가 싹트고 또한 커나가는 것이 아니겠는지요. 그것이 하늘과 땅과 만나 내 안에서 맥동할 때 진기(眞氣)가 되는 것이 아니겠는지요. 또한 그것이 바로 정(正)이 아니겠는지요. 지난 3개월 동안 우리 협회 회원님들은 말보다는 몸과 마음으로 부지런히 수련하셨고 그 가운데 ‘정(靜)’을 지키고 또한 맑게 유지하기 위해 한 호흡 한 호흡 정진하셨다는 것을 저는 알겠습니다. 어떻게 아느냐고요? 매주 만날 때마다 달라지시는 얼굴, 달라지시는 몸을 보면 알 수 있지요. 국선도에 대한 순수한 애정, 진실을 향한 일념과 용기, 수련자에서 수행자로 거듭나기 위한 각고의 노력, 이것이 우리 국선도무예협회의 현주소가 아닌가 합니다. “知者不言 言者不知”(老子)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는 뜻이지요. 충분히 그러실 수 있는데도 도(道)에 관해서라면 일점도 헛말이 없으신, 영생을 대가로 수행자들을 옭아매지 않으시는, 그러나 생활 가운데서는?유머와 웃음과 따뜻한 향기로 수련인들을 품어주시는 청원 선사님의 큰?모습에서 저는 제가 나아갈 바, 나아가고 싶은 바를 봅니다.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으실 터인데도?매주 외공 모임 이끌어주셔서 감사, 감사드릴 뿐입니다. * 생각이 앞선 글이 되지나 않았는지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국선도와 국선도무예협회에 대한 애정으로 여겨주시고 널리 이해하며 읽어주시리라 믿습니다. 용마화에 대한 분석은 순전히 저 김지혜의 생각일 뿐이니, 여러 회원님들의 다른 좋은 의견과 수련 체험도 아울러 청해봅니다. 벚꽃이 만발하고 있는데요, 꽃구경 가느라 빠지시는 분 없겠지요? 일요일에 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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