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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산중수련기 (이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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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2-07 15:09 조회8,2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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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임과 기대를 안고 산중수련을 신청했습니다.

원래 그대로의 수련이란 말을 듣고
걱정보다는 기대감이 앞섰고,
제 자신에 대한 체크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올라 도착한 수련터의 첫 느낌은
고요한 숲속 같다. 산속인데 포근하다, 바닥이 푹신하다..
등등 따뜻한 느낌이었습니다.
자리를 마련하고 선사님의 자상함으로 전나무 가지로 울타리도
만들고 짐승이 오지 못하게 군데군데 모기향도 피우고...
캠핑하는 기분도 살짝 들고 즐거웠습니다.
조금있으니 제가 제일 싫어하는 다리없고 털많은 벌레들이 뚝뚝....
아까 느꼈던 낭만은 다 어디로 가고 벌레를 피해 호들갑을 떠는
제 모습이라니... 곧 적응이 되겠지 하며 벌레 한마리 극복 못하고
뭔 수련이냐 생각하니 좀 나아지는것도 같았습니다 ㅎㅎ

야쿠르트에 타서 마신 뽀얀 생식가루들..
야쿠르트 때문인지 달달한것이 먹을만 했던것 같았고
식사시간에 나누는 담소들도 정말 즐겁고 담백했다 느껴졌습니다.
오랫동안 수련해오신 사범님들의 하나같이 순수하고 선량한 기운들
선사님의 포근하고 따뜻한 사랑
2박3일 내내 느낀 편안한 마음들이 참 좋았습니다.

텐트없이 새벽내내 산중에서 수련해보긴 난생 처음
눈뜨고 있을땐 안들리던 소리들이 이렇게도 많을줄이야...
다들 뭐라고 하는듯 새소리, 다람쥐 다니는 소리, 고라니 소리,
벌레 떨어지는 소리, 나뭇가지 떨어지는 소리
호흡을 하는건지 소리를 듣고 있는건지
다들 꿈쩍않고 수련하는것 같은데
다리는 왜이렇게 아픈건지...
목으로 뭐가 기어가는 느낌은 왜이렇게 자주 드는건지..
처음엔 버티기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머리로 목으로 올라가는 손을 무릎에 딱 붙이고
어떤 느낌이 들어도 손을 떼지 말자 했습니다.
그러고 있으니 외부로 향하던 느낌들이 조금씩 잦아들고
바닥이 편안하다는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코로 들어오는 숲향기, 숲과 내가 호흡으로 대화를 하고 있는
기분...

선사님의 복진으로 그간 잘못해오던 호흡습관을 하나 고치고나니
더욱 맑고 편안한 느낌이 들었고 머리속이 참 시원하게 커진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새벽내내 수련, 아침내내 수련, 오후내내 수련,
언제 이렇게 종일 수련 할 기회가 있을까..
마음같아서는 졸지않고 하고 싶었는데
새벽에 기온이 떨어지니 겨울파카를 입어도 추운것 같고
호흡으로 데우기엔 너무 작은 호흡력, 어느새 침낭속에 웅크리고
있게 되고.. 실내에서 수련하는 것과 이런 산중에서 수련하는것이
마음과 정신력도 함께 한다는걸 느끼며.. 그림과 실제풍경의 차이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림만 보면서는 실제 바람을 느끼고 소리를 들을 수 없는것 처럼
수련도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식을 하며 수련을 해서 그런지 소화를 하는 부담이 없었던것
같고, 호흡도 좀 더 편했던것 같고 화장실 갈 일도 별로 없었던것 같습니다.

둘째날은 흐렸지만 아침일찍 해돋는 쪽을 바라보고 앉아서 호흡하는것이 특히 좋았고

자연의 온갖 소리들이 호흡속에 고요히 잠기는 느낌도 좋았습니다.

오는날 수련끝나기가 무섭게 내리는 소나기
집에 오다보니 떠오르는 수박 생각 ㅎㅎ
빈 수련터에 제집찾아 돌아올 고라니 생각
호미가 있는 화장실 풍경
잠깐이었지만 산살림의 모습이 뇌리에 그려진것 같습니다.

이번 산중수련에 참여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고
다시 한번 수련에 박차를 가하는 좋은 계기가 된것 같습니다.
마음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목동수련원 이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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